** 까/치/밥 **

 
 
  우리단지에는 살구나무, 대추나무, 감나무 등 세 종류의 유실수가 있다. 이중 살구나무는 맛이 신통치 않아 별로 인기가 없다. 매년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살구열매를 치우느라 성가시기까지 하다. 
 
 
  달랑 두 그루 있는 대추나무는 추석명절 즈음에 불그스름하게 변한다. 단지를 순찰하다보면 어느 순간 그 많던 대추들이 사라지고 없다. 소문에 의하면 1층 주민이 따갔다는 소리도 있고, 모 경비반장이 털어갔다는 얘기도 들린다. 

 

 
  너댓 그루 심어져 있는 감나무는 해걸이를 한다. 작년에는 감나무에 대봉시가 제법 많이 달렸었는데, 올해는 달린 꼬락서니가 빈약하기 그지없다.
 


  잎이 떨어진 앙상한 나뭇가지에 옹기종기 달려있는 주황색 감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마음이 풍성해 진다. 아름다운 감나무 풍경을 많은 주민들과 오래도록 감상하고 싶건만 몇몇 욕심쟁이들 때문에 이것 또한 쉽지만은 않다.

 

 
  잘 익은 감을 남이 먼저 따 갈까봐 불안해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동네 과일가게에 널부러져 있는 것이 감이고 돈 몇 푼 되지도 않건만....

  

 

  감나무 풍년이었던 몇 년 전에는 일부 주민들이 감나무에 올라가서 감서리를 해갔다. 연약한 감나무 가지 몇개가 부러지고 찢어졌다. 한 사람이 감을 따면 군중심리에 의해 다른 주민들이 너도 나도 감을 따려고 하다가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감서리사건 발생 후 관리직원들이 하루 날 잡아서 조경사다리를 놓고 감을 모두 땄다. 수확한 감은 경로당에 한 박스 드리고, 일부는 동대표님들에게 나눠주었다. 물론 수확하느라 고생한 관리직원들도 한두개씩 맛을 보았다.  

 

 

  시골에서는 감나무를 몽땅 털지 않고 겨울철 까치밥으로 감을 몇개씩 남겨놓는다. 우리단지는 올해 감농사가 흉년이다. 제발 몇 개 달리지 않은 감에 욕심을 내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눈 쌓인 감나무에 매달려 있는 선홍빛 감. 생각만 해도 무척 행복하고 포근해지지 않는가? 이런 감정을 올해에는 여러 주민들과 오래도록 함께 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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