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현장 이야기
관리비 장기체납세대에 '빨간 딱지'를 붙이다(1편)
용코소장
2023. 2. 3. 10:50
** 관리비 장기체납세대에
'빨간딱지'를 붙이다 (1편) **
2019년은 관리비 장기체납세대를 처리하느라 꽤나 골치가 아팠던 해로 기억된다. 체납세대의 주민은 그 나름대로 체납하는 이유가 있을테지만, 관리소장 역시 관리비를 제때에 징수하여 아파트를 정상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기에 장기체납세대의 관리를 소홀히 할 수는 것이다.
우리단지는 관리비가 2개월 체납되면 체납세대에 독촉장을 발송하여 해당 체납자의 확인서명을 받아 놓는다. 관리비가 4개월 이상 체납되면 한국전력공사에 단전지원을 요청하여 해당세대에 전류제한기를 설치하게 하고, 관리비가 5개월 이상 체납되면 해당세대 현관문에 단수예고장을 부착하고 그로부터 일정기간이 경과하면 단수조치를 취하고 있다.
또한 6개월 이상 관리비가 체납되면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하고, 지급명령이 확정되면 동산압류 및 매각 등의 강제집행절차를 통해 체납관리비 문제를 해결한다. 대부분의 경우 단전 및 단수조치로써 체납문제가 해결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가끔 발생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법적 절차를 통해 체납관리비를 회수하기도 한다.
이번 글에서는 관리비 장기체납세대 중 일명 「빨간딱지」까지 붙였던 두 세대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 사례 #1. 503호 서○○ 이야기>
503호 소유자 서○○는 2019년 당시 우리단지에 살지 않고 외부에 거주하고 있었으며, 2019년 7월에 관리비가 9개월 체납된 상태였음. 503호는 빈집이라 단전·단수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으며, 전기·수도 등의 사용료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월 평균관리비(137,250원)가 적게 나오는 편이었음. |
2019.07.01 : 503호 서○○, 아파트 관리비 9개월 체납(1,235,270원).
이제는 더 이상 안되겠다. 다음달에는 꼭 내겠다고 하고 계속 체납하는 503호. 벌써 몇번 이던가. 이 집은 현재 빈집이라 단전·단수 조치를 해 봐야 별 효과가 없을 터. 최후의 수단을 택하는 수밖에.... |
2019.07.04 : 채권자(대리인 용코소장), 지급명령신청서를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에 접수(채권자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 채무자 503호 서○○)
마음은 아프지만 다른 주민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하여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하여 법적 절차에 돌입했다. |
2019.07.05 : 법원, 지급명령 인용 (2019차△△△ / 청구금액 1,235, 270원)
법원에서는 지급명령신청서가 접수되면 실체적 진실여부를 따지지 않고 채권자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후, 채무자로 하여금 지급명령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2주(14일) 이내에 이의제기를 하게 한다. 채무자가 지급명령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를 하면 민사소송절차로 넘어가고,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그대로 확정된다. |
2019.07.15 : 법원, 채무자 서○○에게 지급명령 정본 송달
다행히 지급명령 정본이 채무자에게 신속히 송달되었다. 정말 고마운 일이다. 이제부터 주도권은 완전히 채권자에게로 넘어왔다. |
2019.07.30 : 지급명령 확정
채권자인 아파트측의 지급명령신청에 대하여 채무자인 503호 서○○이 2주 이내에 이의제기를 하지 않아서 지급명령이 확정되었다. 지급명령에 대하여 이의신청이 없는 경우 지급명령이 확정되고, 확정된 지급명령은 확정판결과 같은 엄청난 효력이 있다. |
2019.08.06 : 채권자(대리인 용코소장), 법원 집행관사무소에 채무자 서○○ 실거주지에 대한 강제집행 신청서 제출
지급명령을 신청하는 이유는 이를 기반으로 강제집행을 통하여 채권을 회수하기 위함이다. 지급명령은 신속·간편하고 비용도 저렴하지만, 지급명령 정본은 판결문과 같은 엄청난 파워가 있다. 용코소장은 20년 넘게 관리소장을 하면서 그동안 수차례 장기체납세대에 대하여 지급명령을 신청했던 터라 그 효과를 익히 알고 있었다. 강제집행은 유체동산, 자동차 또는 부동산에 대하여 할 수 있다. 503호의 체납관리비는 비교적 소액(1,235,270원)이라 유체동산 강제집행(압류 및 매각)을 신청하였다. |
2019.08.09 : 09:40 채무자 서○○ 실거주지(부천시 심곡본동)에서 강제집행 실시 / 법원 집행관 2명, 열쇠공 1명, 관리사무소 직원 3명(소장1, 증인2)
강제집행 신청일로부터 3일 후로 강제집행 날짜가 잡혔다. 법원측에서는 집행관 2명과 열쇠공 1명 등 총 3명이 강제집행 현장으로 나왔다. 채무자가 폐문부재일 경우를 대비하여 집행관실에서는 보통 열쇠공과 같이 나온다. 그리고 채권자측에서는 채권자 본인 또는 그 대리인과 증인 2명이 함께 나갔다. 아파트측 채권자는 입주자대표회장인데 회장님이 바쁜 관계로 대리인인 용코소장이 증인 역할을 수행할 관리직원 2명과 함께 참석하였다. 채무자인 503호 소유자는 아파트에 거주하지 않고 외부에 거주하여 외부거주지에서 유체동산에 대한 강제집행이 이루어 졌다. 집행관이 채무자 서○○의 집(다세대주택) 현관문을 여러차례 두드리고 큰 소리로 불렀으나 아무런 응답이 없어 열쇠공에게 문을 따라고 지시하였다. 열쇠공이 현관문을 강제로 열자 그때서야 집안에서 서○○의 아들이 나왔다. 집행관은 강제집행의 취지를 설명한 후 TV, 냉장고, 컴퓨터, 침대, 소파, 에어컨, 정수기 등의 유체동산에 빨간딱지(압류물품표)를 붙이기 시작했다. 채무자가 흥분하면 칼을 휘두르는 등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집행관들은 채무자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최대한 부드럽게 응대하였다. 한 집행관이 나(용코소장)를 힐끗 쳐다보며 이렇게 한마디 툭 던졌다. "지금이라도 강제집행을 취소하면 우리들은 철수할 수 있는데, 채권자측에서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계속 진행할까요?" "마음은 별로 좋지않지만 다른 주민분들이 원하는 것이라 저도 어쩔 수가 없네요. 그냥 진행해 주세요! " 용코소장은 빠르게 대답했다. 문득 집행관이 정말 노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행관들은 채권자가 신청한 것이라 자기네들은 어쩔 수없이 이 일을 한다는 뉘앙스를 풍겨서 채무자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으려 애썼다. "티비 앞쪽에 빨간딱지를 붙이면 기분이 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안보이는 뒷면에 빨간딱지를 붙이도록 하겠습니다." 이 한마디의 말에 집행관들은 채무자와 감정적으로는 적이 아닌 배려자가 되었다. 법원집행관들은 채무자의 아들에게 유체동산 경매일시를 고지한 후 오늘이라도 체납관리비와 소송금액 전액을 납부하면 동산경매는 취소된다고 친절히 알려주었다. 동산압류를 신속히 마치고 집행관들과 채권자측 참석자들 모두 강제집행현장을 빠져나왔고, 집행관과 열쇠공은 또 다른 강제집행 현장으로 이동한다며 떠났다. |
2019.08.13 : 채무자 서○○ 1,520,708원 입금(체납관리비 + 강제집행료 + 열쇠공 개문작업비 + 지연이자) / 2020.02.19까지 공가상태로 유지(관리비 정상 납부)
채무자 서○○는 동산경매일 전날에 체납관리비 및 이자에 소송비용까지 모두 납부하였다. 강제집행할 때 문을 열어주었더라면 열쇠공 출장비(3만원)만 부담했을텐데, 문을 열어주지 않고 버틴 댓가로 개문작업비(7만원)까지 추가로 부담하게 되었다. 2019.07.04.에 지급명령을 신청한 후 2019.08.13.에 체납관리비를 모두 납부하였으니, 서○○체납관리비 건은 그야말로 한달 열흘만에 속전속결로 마무리가 된 셈이다. |
<채무자 서○○ 최종 납부금액 산출>
항 목 | 금 액 | 비 고 |
미납관리비 | 1,235,270 | 연체료 포함 |
강제집행료 | 173,650 | |
열쇠공 개문작업비 |
100,000 | 채무자의 아들이 집에 있었음에도 문을 열어주지 않아 강제 개문작업 실시 |
지연이자 (29일분) |
11,788 | 지급명령정본 송달(2019.7.15)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2019.8.13)까지 연 12% 이자 ※ 지연일 : 2019.07.16~2019.08.13(29일) 1,235,270×0.12×29÷365 |
합 계 | 1,520,708 | |
법원 입금액 | 1,520,708 |
2020.02.20 : 소유권 이전(매매)으로 서○○ 503호에서 전출
503호 소유자 서○○는 체납관리비를 모두 납부하고 며칠 지난 후에 용코소장이 근무하는 관리사무소로 찾아왔다. 그리고 관리사무소 직원들(특히 소장)이 주민들 위에 군림한다며 목청을 한껏 높혔다. 지급명령 및 강제집행 건은 입주자대표회의의 결정에 따라 관리사무소가 집행한 것이라 말해주어도 막무가내로 관리소장과 경리직원에게 화풀이를 하고 돌아갔다. 그 후 503호는 6개월간 빈집으로 있다가 다른 사람에게 팔렸다. 물론 관리비는 밀리지 않고 꼬박꼬박 납부하였다. 마침내 2020년 2월 20일에 서○○는 우리단지에서 조용히 이사를 나갔다. 나 용코소장은 '돈이 거짓말 하지 사람이 나쁜 것은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503호 서○○와는 장기체납 문제로 몇차례 부딪혔지만 여기에 개인감정이 들어간 것은 절대로 아니다. 관리소장은 대다수 입주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때론 악역을 맡아야 할 때가 있는 것이다. 끝으로 서○○에게 한마디. "서○○님, 앞으로 하시는 일 모두 잘 풀리시길 빕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