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현장 이야기

황당한 산재사고

용코소장 2023. 2. 3. 10:30

* 황당한 산재사고 **

 

 

 

한밤 중 당직근무자 A반장으로부터 걸려온 전화

2017년 4월 어느 날 밤 11시 경에 아파트 당직근무자 A반장에게 전화가 왔다.

내용인즉,  A반장이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고 있는데

관리사무소의 전화벨이 계속 울려서 급히 마무리하고 뛰어가서 전화 수화기를 들다가

그 수화기에 이빨이 부딪혀서 앞 이빨 하나가 깨졌다고 했다. 

 

 

자다가 전화를 받은 나(용코소장)는 멍한 상태에서 전화를 받은 것이라서

A반장의 말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쨌거나 내일 아침 출근해서 다시 얘기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황당한 산재사고 

다음날 아침 출근해서 A반장을 불렀다.

자초지종을 물으니 어제밤 10시30분경에 화장실에 있었는데, 그

때 관리사무소의 전화벨이 계속 울렸다고 한다.

승강기 갇힘사고 등의 급한 전화일지도 몰라서 뛰어가서 전화를 급히 받다가

수화기에 이빨을 세게 부딪쳐서 앞 이빨 한개가 깨졌고 이빨도 심하게 흔들렸다고 말했다. 

 


 

나는 A반장에게 다친 부위을 한번 보자고 했다.

그런데 A반장 왈 '깨진 이빨이 너무 아프고 많이 흔들거려서 그 이빨을 뻰찌로 뽑아냈다'고 하며,

입을 벌려 이빨 빠진 부위를 내게 보여주었다. 

나는 뽑아낸 이빨은 어디 있느냐고 했더니

'너무 아프고 화가 치밀어서 뽑은 이빨을 관리사무소 창밖으로 내던져 버렸다'고 했다. 

 

같은 근무조인 B반장도 A반장의 말이 사실임을 확인해 주었다.

A반장은 사고가 난 직후에 지하 기계실에서 당직근무 중이던 B반장에게 연락을 하였고,

관리동 2층 관리사무소에 온 B반장에게 자기의 깨진 이빨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업무상 사고로 인한 산재 처리

이어 A반장은 '어젯 밤에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근무 중 전화를 받다가 수화기에 이빨을 부딪쳐 이빨이 부러진 것이

산재처리가 된 사례가 있다'며 내게 알려주었다. 

터넷을 검색해 보니 정말로 근무 중 전화를 받다가 수화기에 부딪쳐 치아가 손상된 것이

산재처리된 사례가 한 건 있었다.

나는 속으로 '희안한 일은 다른 곳에서도 일어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 후 A반장은 동네 치과에서 이빨 뽑아낸 자리에 임플란트 시술을 한 후에

그 비용에 대하여 산재처리를 해 줄 것을 내게 요구했다.

나는 내심 긴가민가 하면서 의사소견서를 받아오면

산재신청서(보험급여청구서)에 관리소장 직인을 찍어주겠노라고 말했다. 

A반장은 며칠 후에 의사소견서를 제출했고,

나는 내키지는 않았지만 해당 서류에 관리소장 직인을 찍어주었다. 

 

 

그 후 A반장은 시설관리가 아닌 다른 분야로 취업하게 되었다며

2017년 5월30일에 관리사무소를 퇴사하였다. 

관리과장의 추천으로 이 아파트에 입사한 A반장은 7개월이란 짧은 기간을 근무하고 떠난 것이다.

 

독특한 성격의 B반장

한편 A반장과 같이 근무했던 B반장은 2017년 3월말에 입사하여 같은 해 9월 중순에 퇴사하였는데,

역시 5개월이란 짧은 기간동안 이 아파트에 근무했다. A반장과는 약 2개월간 같은 조로 근무했었다. 

 


 

그런데 B반장에 대한 동료직원들의 평가는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일을 몸으로 하는 게 아니라 입으로만 한다는 것이다.

어떤 주민은 자기집의 민원처리 때에

B반장 말고 다른 사람을 보내줄 것을 관리사무소에 요청하기도 하였다.

왜 주민들이 B반장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지 동료직원들에게 물어보니,

세대에 민원을 가서 불필요한 말을 많이 해서 그런 것 같다고 내게 귀뜸을 해 주었다.

 

황당한 산재사고에 대하여 조사가 시작되다

산재사고가 발생한 후 5~6개월이 지났을 무렵

근로복지공단인지 노동부인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산재보험 관련 기관에서 조사관 2명이 관리사무소를 찾아왔다.

몇달 전 발생한 산재사고가 의심스럽다며 사고발생 경위에 대하여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물었다. 

 

 

조사관들은 A반장이 치료한 치과의원에 가서 진료사진과 기록을 들여다 보았다고 했다.

A반장은 멀쩡한 생이빨이 깨진 것이라고 했으나,

사실은 기존에 치료받았던 이빨이 손상된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임플란트 비용을 포함하여 A반장의 이빨 치료비 170만원에 대하여 산재보험금을 지급해 주었는데,

보험금 부정수급이 의심되어 조사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나는 조사관들에게 이빨 깨진 사고에 대하여 보고 들은 그대로를 말해주었고, 조

사관들은 내게 확인서명을 받은 후 돌아갔다. 

 

 

보험금 부정수급사건의 전말

조사관이 관리사무소를 방문했던 날로부터 약 한달가량이 지난 어느 날,

문득 A반장의 산재사고가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궁금해서 방문했던 한 조사관에게 물어보았다.

그 조사기관에서는 A반장이 부정수급을 인정하면 지급받은 보험금의 2배를 변상하는 것으로 끝내고,

만약 부정수급을 인정하지 않으면 A반장을 형사고발하겠다고 통보했단다.

결국 A반장은 부정수급사실을 인정하였고,

변상금을 물어내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다고 한다.

 


 
사건의 재구성

보험금 부정수급 조사관 및 동료직원들의 말을 종합해서 그 이빨사고를 재구성해 보았다.

 

 

 

 2017년 4월 어느 날 저녁 8시 관리사무소에서
A반장과 그보다 여덟살 많은 B반장이 함께 대화를 나누었다.

 

A반장 : 나 이빨 치료한 게 있는데, 깨지고 흔들거려서 임플런트를 해 넣어야할까봐요.

              임플런트 한개 심는데 150만원 든다는데 걱정이에요!

 

B반장 : 내가 예전에 인터넷에서 우연히 봤는데, 전화받다가 수화기에 부딪쳐서 이빨이 부러졌는데

              산재처리가 되었다는 신문기사를 읽었어.

 

A반장  : 그럼, 그 신문기사 한번 찾아봐 줄래요? 

 

B반장 : 알았어! 한번 검색해 볼게. 

             (한참만에 인터넷에서 관련 기사를 찾은 후) 봐, 여기 있잖아? 내가 거짓말 한 거 아니었지?

 

A반장  : 어~ 정말 있네요.

 

B반장 : 이 사고를 약간 각색해서 급하게 전화를 받다가 수화기에 이빨이 부딪쳐서 부러졌다고 말해. 

              치과에서 임플런트를 해 넣고 산재보험금 신청하면 자기돈 하나도 안드는데 뭘 걱정해.

 

A반장  : 그런데 과연 관리소장님이 내 말을 믿어줄까요?

 

B반장 : 참 답답하네! 소장님에게 이 신문기사를 보여주면서 산재 처리해 달라고 하면

               소장님이라고 별 수 있겠어? 

 

A반장  : 그런데 깨진 이빨을 보여달라고 하면 어쩌죠?

 

B반장 : 뽑아서 없애야지. 너무 아프고 짜증나서 밖으로 버렸다고 해! 

              설마 뽑은 이빨을 찾아내라고 하겠어?

 

A반장  : 아~ 하 !

 

 

A반장은 B반장이 코치한 대로 내게 말했고,

보험금 청구서에 관리소장의 직인을 받아 보험금 170만원을 수령했다고 한다.

그 후 보험금 조사기관으로부터 부정수급임이 밝혀졌고,

A반장은 받은 보험금의 2배인 340만원을 변상했다는 후문이다. 

 

부정수급과 관련하여 조사받는 과정에서

B반장은 A반장의 이빨사고를 직접 목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관리사무소를 퇴사한 A반장은 변상금을 물어주게 되자

B반장에게 전화를 걸어 온갖 쌍욕을 퍼부었다고 한다.

왜 가만히 있는 사람을 부추켜서 보험금을 받게하고,

정작 자기가 궁지에 몰렸을 때는 나몰라라 하냐고 말이다.

 

 

SAD ENDING

아무튼 황당하고 이상한 그 이빨사건은 해피엔딩이 되지 못했다.

그것은 A반장과 B반장 뿐만아니라 용코소장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용코소장은 그 다음해인 2018년도에 「산재사고 발생 사업장」에 해당되어

건물관리자 산업안전보건교육을

8시간(산재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사업장의 교육시간)의 2배인 16시간을 이수해야만 했다

(고용노동부 고시 제2017-58호 산업안전보건교육규정 제5조 제5항).

 


 우리 모두 정직하게 삽시다!  C부럴 ~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