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현장 이야기

고사리밭 만들기

용코소장 2023. 2. 3. 09:36

** 고사리밭 만들기 **

(부제 : 맥문동 밭에서는 고사리가 잡초)

 

고사리 하나


 
작년에 아파트를 순찰하던 중에 아파트 화단의 맥문동 사이에서 조그만 고사리 하나를 발견했다.

이 곳은 아파트 건물 앞쪽에 붙어있는 화단으로 햇볕이 잘 들지 않는 그늘진 땅이다.

줄맞춰 심어놓은 맥문동 고랑 사이에는 초록색의 이끼가 번져 있었고,

그 곳에서 연두색 고사리가 새싹을 빼꼼 올리고 있었다.

 

고사리 여럿

 

그로부터 한달쯤 지났을 때 고사리가 자라났던 그 화단 주변에서 고사리를 몇 개 더 발견할 수 있었다.

맥문동 사이에서 이곳 저곳 흩어져 자라난 고사리는 분명 잡초에 불과했다.

순간 퍼뜩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잡초에 불과한 이 고사리들을 한 곳으로 옮겨심으면 어떨까? 

 

 

고사리 옮겨심기

 

단지를 순찰하면서 곳곳에 흩어져서 자라고 있는 고사리들을 한 곳으로 옮겨심었다.

시간이 지나니 이곳에서 점차 고사리 군락을 이루기 시작했다.

고사리 개체수가 많아져서 다른 동의 화단으로 고사리들을 분가시켰다.

분가시킨 고사리들은 그늘진 곳에서도 잘 컸다. 

 

 

그런데 어느날 고사리 군락지 한 군데가 통째로 없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전날 조경업체에서 화단 예초작업을 하였는데,

작업인부 한 분이 고사리 군락지를 잡초로 생각해서 고사리들을 예초기로 날려버린 것이다.

 

 

고사리밭 울타리

 

조경업체 작업팀장에게 작업 전에

맥문동, 바위취 등과 함께 고사리 군락지를 베어버리지 말라고 그렇게 강조했건만,

그 내용이 일선 작업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듯했다.

 

고사리밭에 울타리를 쳐주면 고사리를 더 이상 잡초로 생각하지 않겠지? 

마침 단지 한 구석에는 베어낸 고사목들이 쌓여있었다.

어차피 돈을 주고 버려야 할 고사목인데,

이것을 재활용한다면 폐목처리비를 줄일 수 있겠단 생각에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우리단지 기전반장들이 전기톱으로 고사목들을 1.5m 정도로 잘라낸 후 

나무들을 디귿(ㄷ)자형 철근꺽쇠로 고정시켜 고사리 군락지에 울타리(경계목)를 쳐주었다.

고사목 울타리까지 만들어 았는데 앞으로는 더 이상 고사리들을 베어내진 않겠지?

 

 

잡초에서 화초로 바뀐 고사리

 

고사리 미니화단을 만들고 고사목으로 울타리까지 쳐주니 마음이 한결 든든해졌다.

가끔 고사리밭을 순찰하면서 잡풀이 나면 뽑아주고,

화단에 고사리들이 무성해지면 그 일부를 솎아내서 다른 화단으로 옮겨심기를 반복했다.

 


 한낱 잡초에 불과했던 고사리를 한 군데로 옮겨심은 후 군락지를 만들어 관리하니

근사한 고사리밭이 되었다.

우리단지의 고사리들은 이제 일개 잡초에서 근사한 야생초로 탈바꿈했다.

 

맥문동밭에서는 고사리가 잡초!

고사리밭에서는 맥문동이 잡초! 

 

 

바람결에 고사리의 외침이 들려오는 듯 하다. 

 

"나를 잡초라 우습게 보지 마시라!

 고사리밭에서는 바로 내가 주인공!"